반지의 제왕 세계관의 기원을 다루는 대서사시 실마릴리온을 스타크래프트 유즈맵으로 옮겨온 방대한 스케일의 작품이다. 플레이어는 가운데땅의 신화 시대에 등장하는 여덟 세력 중 하나를 선택해 발리노르와 벨레리안드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운명의 서사를 체험하게 된다. 일반적인 대전 맵이 아니라 유닛 하나하나에 톨킨의 설정을 담아낸 롤플레잉 중심의 전략 시뮬레이션이 특징이다. 맵을 불러오면 마치 한 편의 판타지 소설을 읽는 듯한 인상을 받는데, 텍스트 이벤트와 퀘스트를 통해 등장인물들의 서사가 자연스럽게 흘러가며 사막 타일셋의 황량한 대지가 신화적 분위기를 잘 살려주고 있다. 진행 방식은 세력을 선택해 자원을 수집하고 영웅을 성장시키는 것에서 시작하지만, 승리 조건이 단순한 적 섬멸에 그치지 않는다. 각 세력마다 부여된 고유의 임무를 수행해야 하며, 때로는 동맹을 맺고 때로는 배신하는 정치적 선택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영웅 유닛의 능력치와 스킬 구성이 원작의 서사에 기반하고 있어, 예를 들어 페아노르 가문을 선택했다면 맹세의 무게를 짊어진 채 강력하지만 파멸적인 전투를 경험하게 된다. 밸런스는 철저히 서사적 개연성에 맞춰져 있어 대칭적인 공정함보다는 몰입감 있는 스토리텔링에 초점을 두고 있다. 따라서 경쟁적인 승부보다는 톨킨 신화에 대한 깊은 이해와 함께 천천히 맵을 탐험하는 태도가 요구된다. 이 맵은 실마리리온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플레이해볼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특히 요정, 인간, 발라의 대립 구도와 운명적인 비극에 매료된 팬이라면 더할 나위 없는 경험을 제공한다. 다만 방대한 텍스트와 이벤트를 감당하려면 어느 정도의 영어 독해 능력이 필요하며, 맵의 스케일이 큰 만큼 플레이 시간도 긴 편이므로 충분한 여유를 두고 시작하는 것이 좋다. 친구들과 함께 각자 다른 세력을 맡아 롤플레잉에 가깝게 즐길 때 이 맵은 최고의 재미를 발휘하며, 혼자서도 충분히 서사적 완성도를 느낄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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