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떠보니 낯선 사막의 신전 앞이었다. 한 줄기 빛도 허락하지 않는 어둠 속에서 오직 촉각과 청각만이 길을 알려준다. 이 맵은 시각을 철저히 배제한 독특한 RPG로, 플레이어는 보이지 않는 미로를 더듬으며 함정과 수수께끼를 헤쳐 나가야 한다. 전통적인 핵 앤드 슬래시가 아니라, 한 칸 한 칸 벽을 짚고 이동하는 점자 탐험에 가깝다. 게임은 총 네 명이 함께하도록 설계되었지만, 각자의 화면은 완전히 어둡기 때문에 음성 채팅이나 채팅 메시지를 통한 정보 공유가 거의 강제된다. 누군가 앞에서 길을 잘못 들면 뒤따르는 모두가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그런 긴박한 연쇄 사고가 쉴 새 없이 터진다. 던전 앤 드래곤의 TRPG 정신을 스타크래프트 엔진으로 옮겨온 듯, 미니맵조차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몬스터의 위치나 보물 상자의 배치를 기억하는 기억력 싸움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불확실한 공간을 함께 더듬는 공포와 연대감이 핵심이다. 사막 타일셋의 에셋을 이렇게 완전히 감춰버린 발상은 당시로도 매우 실험적이었을 것이다. 진행은 느리지만, 한 발짝 나아갈 때마다 느껴지는 성취감이 상당하다. 파티 플레이에 익숙한 소수 정예 그룹이나, 색다른 공포 체험을 원하는 플레이어에게 특히 추천한다. 다만 시야가 전혀 없으므로, 맵을 처음 시작하기 전에 반드시 밝기와 감마 설정을 최대치로 올리라는 제작자의 안내를 따르는 편이 좋다. 그조차도 완벽한 해결책은 아니지만, 이 암흑 신전에서 살아남기 위한 최소한의 예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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